이별을 한다는건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익숙한 것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저에 대한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고맙기도 하고...누군가에게 그렇게 의미 있는 사람이였나 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집니다.

(사실 눈물이 났어요...)

 

 

선생님 앞에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아파서 울기도 하고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았던 내가 안쓰러워서 울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나의 아픈 부분을 콕 집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어쩌면 남의 아픈 부분을 그리도 잘 아시는지...

 

 

여러가지 많은 생각 끝에 상담을 끝내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익숙해진 것들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미련에 대한 결단이였습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 교회, 상담..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등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미련과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싶었습니다.

대전에 내려 와서도 대전 사람도 아니고 서울 사람도 아닌 어정쩡한 기분을 떨쳐 버리고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24일 예배를 드리면서 눈물이 났고

상담을 가면서 오늘은 울지 말자...씩씩하게 상담을 마치고 웃으면서 돌아 나오자..다짐을 했습니다.

더이상 눈물을 보이는 게 부끄러웠고 마음 무겁게 상담을 마치는 게 싫었거든요.

돌아오는 길에 쓸쓸하고 허전하고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처음 상담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토니 까페에서 채송화님을 만나고 선생님을 소개 받고

상담실을 찾아갔을 때 앳된 선생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도박이란 참혹한 현실에 맞지 않는 어리고 맑은 얼굴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선생님..동안이세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막막한 마음으로 찾아간 저에게 선생님은 도박을 끊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이 곳에 왔는지..

남편이 도박만 끊으면 행복할 것 같은지..

당신의 삶이 지금 어떤가 보라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편만 바라보면서 행복과 불행이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내릴 생각도 못하고 그냥 피투성이가 되도록 버티기만 하다가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이 비친

거울을 바라본 것과 같은 충격이였습니다.

 

 

고통과 아픔에 길들여진 초라한 제 모습을 바라보기가 너무 아팠습니다.

 

첫날 주신 '도박에 빠진 가족 구하기'란 책도 저에겐 너무 충격이였습니다.

읽는 내내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면서

이 세상에 나 같이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나의 아픔이

도박중독자의 아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아픔이라는 사실도 참 힘들게 했습니다.

남편이 도박을 하게 된 것이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도

어쩔 수 없이 어리석은 도박중독자 부인이라는 사실은 상담 내내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초라하게 했습니다.

 

 

상담은 참 힘든 과정입니다.

내 모습을 직면해야 되기 때문이죠.

내 삶을 어떻게 살아 왔나 라는 질문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였던 것 같습니다.

상담에 가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 해결이 되리라 쉽게 생각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스운지..

오히려 상담은 힘들게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말이죠.

 

 

상담이 얼마나 나를 변화시켰나 생각해보면 참 놀랍습니다.

날마다 치열하게 싸워왔던 전쟁터에서 힘겹지만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자꾸 전쟁터로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와도 뒤돌아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전쟁터를 등지고 다른 삶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행복까지는 아니여도 난 인간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고

내가 하기 싫고 고통스러운 일은 거부할 수 있는 인권 선언 같은 거라고 할까요.

지금도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

 

 

그러면 선택이 좀 쉬워집니다.

물론 아직도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내가 너무 냉정한 건 아닌지 독한 건 아닌지 갈등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인지

할 수 없는 일이면 과감히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기로 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인간관계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꽁꽁 닫아걸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또 상대방에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나에 대해 냉정하고 가혹했던 잣대로 부드러워졌습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 받았던 것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마음의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지난 1년간 힘들었지만 변화가 있었던 건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두렵고 불안하고 상처 받기 쉽고 분노감에 어쩔줄 몰라 했던 저에게 항상 길잡이가 돼주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힘들고 아픈 일이 생기면 일요일 상담에 갈 생각에 많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1시간 동안 상담을 하고 나면 들끓던 감정이 진정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상담과 선생님께 너무 의존하지 않나 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선생님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제 인생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말이죠.

 

다행히 저에겐 신앙이 있어서 더 힘이 납니다.

모든 걸 주께 내려놓고 주님께 의지하고 신뢰하면서 살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곧 저에게 알맞는 직장이 생기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 많이 올려주세요.

바쁘고 힘드시겠지만 선생님 글로 위로를 받는 이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구요.

 

 

고승환 상담사님!

1년 동안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2013.07.20 (06:17:13)
토니
바아풀 13.04.23. 15:51
글을 읽고 있노라니 지난 1년여 동안 여사님이 상담 다니시면서 모임 나오시면서 말씀하셨던 것들... 그리고 여사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네요....
마치 제가 여사님과 헤어지는것 같아 마음이 짠했어요~ㅠ.ㅠ
정말 많이도 힘들어 하셨으며 많이도 아파하셨고 또 많이 성장하셨지요~
여사님의 성장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위안이 되었고 제 배움의 본보기가 되주셨었습니다..
여사님!
이젠 더 이상 아파하지 마시고 힘들어하지 마시고 여사님을 위한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래봅니다~
여사님! 사랑~ 합니다!!!
라헬 13.04.23. 16:31
제 마음도 덩달아 찡~해지네요.
눈가도 촉촉해지구요.
간석모임, 부평모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힘든 1주일을 보내고도 모임에 나가서
여사님들과 나누고 웃고 떠들다 보면 참 가벼워지곤 했어요.
그 시절이 그립네요.
여사님도 보고 싶구요.ㅠ
유유 13.04.23. 21:51
1년의 세월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봅니다...이제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 앞으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그간의 일을 돌이켜보면 마음 숙연해질듯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긍정의 힘은 무한하다는 걸 저도 상담을 통해 알았습니다
신방김 13.04.25. 09:39
ㅎㅎ멋지십니다 기회가 되시면 또 상담을 받아보셔요 도박문제를 떠나 자신의 성찰과 발건을 위해서.

저도 4년째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상담의 중독이 아니라 도박문제가 아니라
더 성장하고 싶은 욕망 내안의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처들도 최대한 치유하고 싶어서

상담사어게 신부님께 수녀님께 교수님께 멘토님들과 대화를 합니다

여사님의 회복과 그리고 기적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하루 13.04.27. 17:43
안녕하세요. 여사님.
여사님 글을 읽으니 맘에 뭔가가 쫙 번지는 느낌이에요.
전 여의치 않아 상담은 못 받고 가족모임에 매주 나가고 있어요.
가족모임에 많이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어요. 심적으로 기댈곳이 있다는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 같아요.
신께 의지하고 가족모임에 의지하고 그래서 가족간에 도박뿐 아닌 작은 문제도 크게 하지 않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어서
엄마가 화내는 모습보다 부드러운 모습을 더 보여주고자 노력하려 합니다.
잘 안될때도 있지만, 예전보다 제 자신이 덜 화를 내는것 같아요.
좀 더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들이 보면서 커가니깐요^^
Tony 13.04.27. 21:02
라헬님의 나눔 속에서 많은 것을 또 배우고 또 새롭게 새깁니다. 뵌지도 엊그제 같은데, 새록새록 만남이 눈에 선하네요. 함께 나누고 치유되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누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라헬님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온가족이 함께 함빡 웃는 가정을 이루어가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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