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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0 (08:20:46)

언젠가 카톨릭 관련 월간지에 글을 써달라고 하여 썼던 글입니다..

 

도박 중독 회복의 여정

 

 

한 아이가 집 대문 앞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앉아서 딱지치기를 합니다. 그날따라 유난히도 딱지가 잘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 들고 나온 딱지를 다 잃고 내 딱지를 다 따간 그 친구를 집으로 불러옵니다. 집에 있던 모든 딱지를 가져와 현관문 앞에서 이제는 그 친구와 1:1로 딱지치기를 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그 아이는 가지고 있던 딱지를 모두 잃었다는 분노에 친구에게 욕을 하고 방에 들어가 엉엉 울고 있습니다.

내 안에 도박 본성은 딱지치기를 하던 그때부터 꿈틀 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래희망에 늘 과학자라고 썼던 그 아이는 15년이 지나서 과학자가 아닌 도박 중독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우연히 알게 된 포커가 본격적인 도박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3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어머니께서 얻어주신 전세 자취방을 담보로 도박을 했습니다.

전세금을 다 빼 쓰고,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반찬도 없이 된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펑펑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 날 정말 다시는 도박을 안 한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 했습니다. 어머니 몰래 빚을 갚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취업 준비를 해서 대학교 졸업 전에 취업을 했지만, 남들보다 빠른 취업은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독으로 다가 왔었습니다.

 

 

2년 정도 도박을 안 하면서 빚도 청산하고, 돈이 조금씩 모이고, 목돈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주식, 경마, 게임장(바다이야기), 바둑이(하우스), 카지노 모든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하루 일과는 도박으로 시작으로 도박으로 끝났습니다. 멈출 수 없는 도박에 대한 집착은 결국 어머니 재산까지 모두 없애고, 큰 금액의 빚까지 지고 나서 지금으로부터 6년 전 GA(단도박 모임)를 나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GA모임은 제 일생일대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모임을 다니면서도 세 번의 재발을 하였지만 지금은 도박 빚도 다 청산하고 단도박 4주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지금도 GA모임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도박 빼고는 저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도박이라는 양탄자를 살짝 들추어 냈을 때, 비로소 저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도박이라는 양탄자 밑에 수 많은 압정(나의 단점)들을 발견하고, 그 압정들을 하나씩 걷어내면서부터 저의 회복이 시작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길거리에 담배 꽁초 버리지 않기를 시작으로, 남들 험담하지 않기, 잠들기 전에 양치질하기까지 사소하지만 나쁜 습관들을 하나씩 고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년 동안 24가지의 나쁜 습관들을 고쳐 나갔고 지금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6년 전 하느님께 벌을 덜 받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봉사활동은 지금은 생활이 되었습니다.

공장을 방문하여 이주민 친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자기 가족들을 위해 먼 타지까지 와서 매일 저녁까지 남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하고, 또 벽에는 신문지를 붙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면서도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더 열심히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할머니 수녀님의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종교를 갖게 되고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다른 봉사자들도 많은데, 그 할머니 수녀님께서는 일부러 저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해서 늘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결국은 제가 수녀님을 도와 드린 것이 아니라 제가 수녀님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입니다.

 

또 젊은 날에는 방탕하게 살았지만, 느님을 만나고 나서 남 들을 위해 헌신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닮고 싶어서 세례명을 프란치스코로 하였습니다.

 

 

점점 회복이 되어 가면서 처음으로 간절한 꿈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결혼하고, 애 낳고, 착실하게 돈 벌어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같은 도박 중독자들이 다시 회복의 길로 가는데 동행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막연했던 바람이 간절한 꿈이 되면서 약 1년 동안 각종 세미나와 도박 중독 전문가 교육을 받고, 작년부터 임상사회복지를 배우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내가 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면 남을 더 도울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예전에는 나만 불행하고 내 아픔이 가장 크다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원 동기 선생님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감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동기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 역시 그들처럼 열심히 살고 싶고, 닮고 싶은 에너지는 저를 더 회복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젠가 대학원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회복은 도박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는 진심으로 더 성장하고 회복하고 싶습니다.

 

 

GA모임 슬로건인 나도 살고 남도 살리자를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성찰과 성장이 예전의 내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대학교 친구들이 저를 보면 너무 놀랍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느냐라고, 어쩌면 아직도 저를 잘 인정하지 못해서도 있지만, 전 지금 나의 변화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긍정에 중독되고, 선에 중독되어 진심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나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며, 하느님께 드리는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그 아이는 15년 후에 도박 중독자가 되었지만, 25년 후에 도박 중독 상담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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