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217
2015.09.12 (00:49:59)

잔치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6주년 소감문을 쓰기 전에 그동안 제 잔치 소감문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열심히 살았던 그 모습이 한 편으로는 대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스럽게 느껴집니다.

4주년 잔치 때 날렵한 신방김이 되어서 오겠다고 했는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3개월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발병한 당뇨병으로 인해
몸관리 그리고 식단조절을 하면서 지금은 살이 9킬로 정도 빠졌습니다.
제 건강을 위해 매일매일 식단 관리에 힘써준 우리 아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전합니다.

결국은 위대한 힘께서 내가 했던 얘기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를 관리해야 할 포인트 1개가 더 늘었습니다.
도박 그리고 당뇨병.
3개월전 당뇨 진단을 받던 그날.
이제 다시는 음료수나 햄버거 피자등을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계속 되는 갈증으로 그날 하루동안 10리터 정도의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두려움과 상실감..
비록 내일부터 관리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그 날만은 끝을 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러한 행동과 생각들..
참 낯익은 광경입니다.

8년 전 GA에 나오기 바로 직전 이젠 진짜 도박을 안하겠다라는 마음으로
가슴이 미어질만큼 처절하게 베팅을 했던 그때 그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부분은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 말은 내 안의 중독 성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잠재움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실감을 합니다.

몸이 안좋다고 생각하니 오랫동안 끊지 못했던 담배도 끊었었습니다.
식단 관리와 더불어 꾸준히 걷기 운동을 했습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처럼 분위기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GA를 다니면서도 2년동안 여러번의 재발로 방황을 했던 것처럼
혈당이 점점 잡혀서 당뇨약도 끊게되니..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빌미로 저는 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슬럼프는 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 놈의 슬럼프는 매년 행사처럼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가장 추웠던 어느 겨울 밤.
오랫동안 작동을 하지 않았던 낡은 기차는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른채
차갑게 얼어붙은 철로를 따라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엉금엉금 움직이는 그 첫발을 내딛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더디어 사람이 그냥 뛰는 것보다 더 느린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느려터진 그 기차는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컴컴한 겨울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바로 내 눈 앞에 철로만을 보면서 달렸습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기차라서 그런지 속도는 느리지만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봐달라는양 소리는 다른 기차보다 더 요란했습니다.

그 기차는 정차하는 역도 참 많았습니다.
달릴만 하면 또 다시 정차를 하고.. 정차의 순간이 되면 슬럼프는 어김없이 제 어깨를 베개삼아
떠나려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차를 할 때마다 마음은 느슨해졌고, 또 다시 달린다는 것이 귀찮고
이 정도 달렸으면 됐지 않나 싶어서 그냥 여기에 머무르고 싶은 생각들이 매번 나를 다그쳤습니다.

때로는 더 달리고 싶은데..
이 낡은 기차가 결함이 많아서 매번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정차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때로는 너무나 복잡하게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컴컴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창 밖의 풍경 너머로 동이 트는 환한 새벽을 맞이할 수가 있었습니다

동트는 그 순간을 맞이하면서 나도 정말 제대로 살고 싶다고 위대한 힘께 간청을 했습니다.

풍경들이 점점 환하게 밝아지니 눈에 뒤덮인 아름다운 세상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세상들을 보면서 내 감성이 살아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풍경들을 혼자 보기가 아까워 나와 같은 길을 사람들과 늘 나누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눈으로만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을 너머
내 피부도 햇살의 따뜻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게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점점 더 진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역을 정차할 때마다 슬럼프를 겪고 또 버티어 내면서
저는 도박빚도 다 갚고, 결혼을 하고,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어머니와 관계를 회복하고
또 언젠가는 나와 같은 도박중독자들과 함께 회복의 길로 가기 위한 일을 하겠다며
대학원을 진학하고 또 무사히 졸업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차는 또 다시 어느역에 멈추어 섰습니다.
그런가 거기는 잠시 정차하는 역이 아니라 그 기차의 종착역이었습니다.

종착역의 순간 내 삶은 평온했습니다.
주말이면 아내와 텃밭도 가꾸고,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 신앙 생활을 하고
부부모임을 다니고 여러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여전히 나와의 약속들을 매일매일 체크하였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 내 안에서는 종착역에 도착한 기쁨보다 과연 여기가 그토록 내가 원했던 종착역이 맞는지
의심이 들고 회의가 찾아왔습니다.
오히려 목표가 없어진 것 같은 불안하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초조하기만 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달리고 있지 않다라는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올 3월 당뇨와 회사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나는 안하던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 게임을 들여다고 보고 거기에 몰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용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때보다 게임하는 시간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리고 게임하는 시간이 아깝다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거라도 안하면
나는 숨을 못 쉴거라는 말도 안되는 합리화를 게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담배는 예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다이어리에 썼던 글이 있습니다.
I wil be a good counselor for gamblign addicts like me
지금은 4개월 째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다시 슬럼프에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06.10 그렇게 기다리던 우리 아이를 만났습니다.
입양 신청을 하고 기약없이 1년 넘게 기다리면서도 입양의 실감을 전혀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처음 만난 날.
아이가 나와 아내를 한번씩 번갈아 보며 쳐다보던 그 눈빛
아이가 아내 품 안에서 곤히 잠든 모습
그리고 내 품에 방긋 웃으며 아내를 바라보던 그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 낯선 경험..

그리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저는 두번째 새로운 종착역을 향해 가야한다고.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출발하여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르고 달렸지만
이제는 그 두번째 종착역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출발한 기차였지만
두번째 출발은 나와 아내 그리고 곧 보게될 우리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가고 싶습니다.
그 길이 단도박만큼이나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어려운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길 역시 내가 가야할 길입니다.

오늘 잔치를 맞으면서
몇개월 동안 슬럼프에 빠져 오히려 그 상황들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헤아려봅니다
이 놈의 슬럼프는 또 다시 나를 찾아오겠지만
이 시간을 빌려 올해의 슬럼프와는 그만 작별을 고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atlantakoreanga/GMCD/43

2015.09.12 (00:50:49)
토니
십정이 15.06.26. 13:12
도박중독자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겠다는 신방김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항상 봉사에 열정적이신 김샘 고맙습니다.
여사님과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사랑합니다.
 
신방김 15.07.03. 08:16
감사합니다 선생님
요즘 선생님의 회복에 대한 열망을 보면서 제가 힘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모임을 다닐수가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화곡홍 15.06.26. 14:13
신방김 선생님
인생을 즐겼으면 합니다
내려놓음 하나를 얻으려고 열가지를
잃을수도 있나는데 생각이 요사이 들었습니다
봉사.돈.대학원.명예욕
가장 중요한것은
건강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건희회장 .스티브 잡스 .
손정의 회장이 부러웠지만
지금은 제가 더 행복하다 생각하네요
세상은 마음먹기 달린 것 같습니다
돈이 많으면 못하겠나
죽음 앞에서 건강이 나빠 죽은날이
다가오거나 불행한 가정사
사회가 물질 만능주의로 흘러가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저도 건강이 좋지 않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욕심을 버리고 살려고 합니다
콜라.커피을 끊어야 겠습니다
신방김 선생님처럼 당뇨가 있어서여
 
신방김 15.07.03. 08:20
네 맞아요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것
즉 행복하게 사는것이 내가 가야할 길입니다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지만 행복하면 할수록 더 행복해지고 싶고 그 행복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고뇌에 빠집니다.
첨엔 무언가를 버리지 못해 고민했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버리고 비우면 또 다른 것들이 채워집니다
그러면 또 다시 무엇을 비워야하는지 그게 고민이 됩니다

실로 인생은 행복하지만 고뇌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홍선생님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더 인생을 즐기면서 살수있도록

카르페디엠~
 
화곡홍 15.07.03. 10:31
신방김 멋지게 사시네요
화이팅
 
 
화곡홍 15.06.26. 14:11
신방김선생님을 멘토로 생각하고
항상 존경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행복하세요
화이팅입니다
 
 
Tony 15.06.27. 00:04
축하합니다. 6주년도, 예쁜 아기도!
행복하시고 많은 기쁨 만들어가세요!
님을 알게된 것이 저에겐 큰 축복입니다.
많은 분들께 힘들고 어려울 때 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함으로 힘을 낼 수 있고 용기를 서로 얻을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건강조심 슬럼프조심 하시면서, 늘 평안 찾아가세요!
사랑합니다. 화이팅!
 
신방김 15.07.03. 08:22
저도 선생님을 알게된 것은 정말 큰 기쁨입니다
단도박하면서 얻은기쁨 중에 하나가 인복인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도해주시고 도움을 주시고 많은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인연이어가요~
 
 
바아풀 15.06.27. 10:38
정말 축하드려요~
선생님의 소감문은 항상 저를 뒤돌아 보게 합니다. 그리고 함께 공감하며 반성하고 저 역시 다시금 흐트러진 저를 되잡아 봅니다. 많은 부분 공감이 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히도 애쓰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 속에 서게 되는 많은 역들 중 내려서는 안될 곳도 있고 내려서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역도 있겠지요~ 내려서는 안될 곳인지 알지만 내려서 아차 하고 다시 기차에 올라탈 수 있음도 GA덕이겠지요.
이제 예쁜 아기까지 한 식구가 더 생기시네요... 선생님께선 좋은 아빠가 되실거에요~ 축하드려요!
 
신방김 15.07.03. 08:26
저 역시도 여사님과 양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웁니다
타인을 통해 느끼고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것도 위대한 힘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함께 가요~
그리고 이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바아풀 15.06.27. 10:39
항상 저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시는 선생님의 잔치. 함께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소감문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오공 15.06.27. 15:07
선생님 잔치 축하드립니다.
예쁜 아기와 함께 새로운 시작하신다니
저도 설레입니다. 행복하세요^^
 
신방김 15.07.03. 08:28
내일 아기 데리러 갑니다
지금 방 한칸이 아이물품으로 가득찼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저것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일부터 세가족이 된다는것. .
셀레이면서도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잘 살고 싶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채송화 15.06.30. 09:44
김선생님~ 늦게 나마 잔치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아빠되심도 축하드립니다.
 
신방김 15.07.03. 08:29
오랜만입니다 여사님
잘지내시죠?

네 또 다른 새로운 시작입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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